드라마 경이로운 소문과 웹툰 경이로운 소문의 설정 차이 정리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시즌2가 방영 중 입니다. 해당 드라마는 웹툰 원작을 가지고 있죠. 드라마는 웹툰과 상당부분이 다른데요. 오늘 글에서는 그 설정의 차이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새로운 등장인물 - 김정영
시즌 1 드라마에서 원작에는 없는 주요 캐릭터가 한 사람 나옵니다. 바로 가모탁의 경찰 후배이자 연인인 '김정영' 인데요. 초기 방영 시 쓸데 없는 러브라인을 넣는다며 반발이 조금 있던 캐릭터였는데요. 저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극에도 잘 스며들었고, 러브라인도 신파로 넘어가지 않고, 적절하게 묘사가 되었습니다.
소문의 카운터 박탈과 회복 과정
시즌 1 드라마에서 소문이가 친구들을 다치게 만든 일진들을 상대하며 폭주했던 것으로 인해 카운터 자격을 박탈하는 상황과 이후에 카운터 동료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각성을 하며 소문이가 능동적으로 다시 카운터가 되면서 다시 위겐(소문과 파트너 관계에 있는 융인)과 연결이 되는 묘사가 나옵니다.
원작에서는 동일한 상황에서 박탈 논의가 나오긴 하지만, 추여사의 적극적인 어필로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그 이후 소문은 아주 탁월한 카운터로 성장하면서 융인들은 소문을 박탈하려고 했던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게 되죠.
이 설정의 변경은 단순히 설정 하나 바꾼 것에서 지나 전체적인 문제를 가져오게 됩니다. 바로 다음에 언급할 파수꾼(융인)과 카운터의 관계묘사에도 영향을 주며, 이 드라마의 핵심 설정인 카운터가 되는 과정과 박탈했을 때 벌어지는 일 등에 대해서도 어그러짐이 발생하죠.
이 문제는 드라마에서 큰 문제를 발생하게 되는데요. 카운터가 박탈될 경우 다시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소문이는 멀쩡하게 돌아다니게 됩니다. 물론 이 부분은 소문이가 워낙 특이하게 정상 상태에서 위겐과 연결되는 특별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예외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해도, 박탈된 이후에 학교 일진인 '신혁우'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카운터가 되었을 때와 유사한 힘으로 신혁우의 주먹을 막아내는 장면은 카운터 특유의 신체능력 향상 설정 자체를 무시한 장면으로 드라마 자체의 개연성을 무너뜨리는 부분이었습니다.
더구나, 소문이가 마음대로 카운터로 복귀하게 되는 각성 과정은 아마도 웹툰 시즌 2의 소문이 스스로 연결을 해지하거나 회복하는 설정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작의 나중에 나오는 설정을 완전히 잘못 사용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운터 계약과 카운터/파수꾼(융인)의 관계
카운터가 되기 위해서는 코마에 빠진 사람이 필요한데요. 그 이유는 코마가 이승과 저승의 중간 지점이기 때문에 융인(파수꾼)이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코마상태에서 합의에 이른 대상과 융인 중 한 명이 함께 드로핑을 하면서 둘이 연결되게 되는 것이죠.
카운터가 되면, 코마에서 바로 깨어나게 되고, 그 사람은 적응 과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바로 일반인의 몇 배의 힘과 운동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배수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긴 하고, 특정 운동능력에 따라서 개인별로 특별히 우수한 부분이 생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반인보다는 압도적인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악귀도 진화하는 단계에 따라서 능력이 강해지는 만큼 필수적인 설정입니다.
그리고, 파수꾼과 카운터는 정신적으로 연결된 상태가 되며, 함께 악귀를 소환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원작에서 그 관계가 매우 끈끈합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융인들이 마치 지시하는 갑의 위치에 있는 것 같이 행동을 하고, 카운터와 끈끈함을 느끼기 힘들게 묘사가 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설정이라고 할 것도 없는 부분인데, 생사를 같이 하는 전우와 같은 관계를 왜 그렇게 묘사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원작에는 없는 '카운터와 육체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는 듯한 묘사까지 했으면서 - 드라마에서는 카운터가 악귀에게 맞으면 같이 쓰러지고, 카운터가 폭주하면 괴로워합니다 - 왜 그 관계는 전혀 긴밀하지 않게 묘사를 했는지 보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었습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가장 위화감이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나적봉 캐릭터의 성격과 능력치
드라마 웹툰 모두에서 시즌2에 추가로 발탁된 카운터 캐릭터입니다. 다만, 캐릭터의 설정이 아주 많이 다릅니다.
원작 웹툰에서 나적봉 캐릭터는 자신의 이름을 '저스틴'이라 소개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약간은 허세가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개그캐릭터의 면모도 가진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위기를 판단하는 능력도 출중하고 신체적인 능력도 초기 능력 기준으로 소문이 다음으로 뛰어난 면모를 보여줍니다. 적응도 매우 잘 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고요. 개인 특화 능력으로는 냄새로 악귀를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개성있고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무척 다릅니다. 일단, 시골에서 소를 키우던 인물로 설정을 해서 순박한 성정을 가진 캐릭터로 묘사를 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인물 설정이 원작 그대로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드라마의 감독은 순박함과 멍청함의 차이를 모르는 듯 합니다. 드라마에서 나적봉은 시종일관 바보같은 행동과 말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할 정도입니다. 100번 양보해서, 카운터 중에 한 사람 정도는 판단력이 조금 떨어지는 인물로 묘사할 수도 있다고 합시다. (사실 이것도 주인공 군단의 매력을 확연히 반감시키기 때문에 현명한 선택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나적봉은 카운터가 되었음에도, 신체 능력이 일반인 수준입니다. 전혀 강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옵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카운터의 기본 설정에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이것까지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얼버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이후 진행이 중요해집니다. 각성이 늦어서 그렇다거나, 기타 등등의 묘사가 따라와야 하고, 끝내 각성을 하지 못하는 경우, 특별한 다른 능력으로 다른 역할을 할당하거나 해야 합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런 부분을 무시하고 안일한 선택을 합니다. 단지 냄새 감지 능력(웹툰에도 있는 능력) 하나만을 가지고 있는 나적봉을 악귀 소환 작전에 아무런 대책없이 투입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악귀도 인간의 능력을 상회하는 신체능력을 보유하게 됩니다. 더구나 시즌2에 나오는 빌런들은 그 레벨이 상당히 높은 1급 악귀들이죠. (드라마에서는 ~단계라고 표현합니다) 그런 악귀를 상대로 일반인 수준의 신체능력을 가진 나적봉을 투입한다는 것은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설정일까요?
드라마 시즌2에서 나적봉 캐릭터의 설정은 최악의 실수입니다.
마주석 캐릭터의 설정
마주석은 시즌 2 (드라마, 웹툰 공통)에서 가장 중요한 빌런 캐릭터입니다. 거기다가 매우 입체적인 인물로 그 서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캐릭터이지요.
원작에서 마주석은 7년 전 처음 융의 땅이 열리고, 악귀가 쏟아져 내려온 그 시기에 사기 범죄로 인해 아내와 아이를 잃고 자살을 하던 순간에 악귀의 선택을 받고 상처가 치유되면서 살아남게 됩니다. 이후,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아내와 딸의 사망에 관련된 범죄자 두 명을 살해한 것으로 교도소에 복역을 하게 되고, 이후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 시즌2의 메인 빌런으로 흑화하는 인물입니다. 애초에는 선한 인물이었다가 악역으로 변화하는 캐릭터이지요.
웹툰 원작에서는 과거 카운터 멤버와 연결고리가 있는데, 그 관계 자체도 감동을 주는 매우 짜임새 있는 설정인데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애초에 카운터들과 친밀한 관계의 소방관으로 설정을 변경합니다. 이것도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주석의 가족이 피해를 당하는 시점을 굳이 현 시점으로 만들면서, 악귀가 마주석에게 들어가는 시점이 현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이는 애초에 극의 초기 설정인 '악귀가 과거(7년 전) 저승을 탈출해 지상의 인간들에게 들어가 기생하게 된다는 설정을 위반하는 내용입니다.
다음에 기술할 악귀의 설정 변화를 이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들어있던 악귀가 마주석에게 들어간다고 할 수는 있지만, 어디에서 넘어왔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극의 개연성을 잃게되는 포인트가 되고 맙니다.
상호간에 관계가 있다고 해도, 카운터 인물 중 한 사람과 과거에 친했던 사람으로 설정하고, 예전에 그런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정도로 처리하는 것이 설정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악귀의 생성 과정과 특징
기본적인 악귀에 대한 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악귀는 과거 한 시점 (웹툰 상에서 7년 전)에 저승에서 이승으로 탈출하는 방법을 찾아 탈출하게 됨
- 저승에서 넘어온 영은 인간에게 들어가 기생할 수 있음
- 한 번 들어간 몸에서는 다시 나올 수 없음.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과 비슷한 성향(악한 인간)의 인간에게 들어가 기생하게 됨.
- 악귀가 들어간 사람은 사람을 죽이게 되면 그 사람의 영혼을 먹게 되며, 그 영혼의 시간을 소모하면서 자신의 수명을 이어감.
- 사람을 많이 죽일 수록, 본체와 동조할 수록 능력이 강력해지며 최종 단계로 진화하게 되면 본체를 잠식하여 악귀가 본체를 조종하게 됨.
이런 기본 설정에 대해서 드라마가 모든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지만,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핵심설정인 만큼 이 설정은 유지하는 것이 스토리를 이어가는데 좋다고 판단이 됩니다.
그런데, 드라마 시즌1에서는 한 가지 설정을 바꾸게 되는데, 악귀가 들어가 있던 몸에서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기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설정을 추가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서 여러가지 설정이 틀어지게 되는데요. 본체와의 싱크로율에 따라 능력치가 상향된다는 설정도 망가지게 되면서, 한 번 각성한 악귀는 새로운 몸에 들어가도 기존에 각성한 악귀의 능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설정을 가지게 될 경우 치명적인 단점이 생기게 되는데, 악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카운터를 피해 악행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는 점 입니다. 카운터에게 발각될 경우, 바로 나가서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면 되니까요.
지청신 캐릭터의 설정 (시즌 1)
지청신은 시즌1의 메인 빌런입니다.
원작에서 지청신은 폭력조직의 일원으로 소문이 부모(경찰)를 사고로 위장 살해한 후, 외국으로 도피한 상황에서 조직의 배신으로 죽을 뻔 했다가 악귀의 도움으로 생존해서 돌아온 인물입니다. 머리의 상처는 그 때 입은 총상으로 설정이 되어있죠.
드라마에서는 몇 가지 설정이 추가됩니다. 범죄조직의 중간보스급의 인물의 양아들로 설정되었고, 그 아버지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캐릭터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이런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런 설정들이 극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인데, 해당 설정들은 단순히 극의 소품으로 쓰일 뿐 행동의 계기가 된다거나 하는 부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원작의 설정을 바꾼 이유를 찾기가 힘들었죠.
그리고, 머리에 있는 상처는 드라마에서도 분장으로 표현이 되었는데, 그 상처에 대한 이유는 전혀 언급이나 암시 없이 극이 마무리 되면서, 굳이 왜 그런 분장을 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단지 폭력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상처라면 머리가 아니라, 얼굴이나 팔 등에 있는 흉터로도 충분히 표현이 가능했을텐데 말이죠.
그 밖의 새로운 설정들과 예상되는 감독의 취향
그 밖에도 자잘한 새로운 설정들이 많았는데요. 시즌 1 후반부에는 악귀를 묶기 위한 결계라는 설정도 등장하고, 악귀를 융으로 소환하는 방법도 원작에서는 카운터들이 손을 포개고 눈을 감으면 순식간에 융으로 이동하는 반면, 드라마에서는 꽤 오랜 시간동안 힘을 쓰며 버텨야만 소환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CG를 이용한 악귀 캐릭터의 얼굴이 변하는 과정도 보이는 등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의 공통점은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요
- 오컬트 무비에서 보이는 설정 및 비주얼들이 자주 나온다
- B급 영화의 감성과 유머가 자주 나온다
이런 특징을 봤을 때, 감독은 공포 장르와 유머를 결합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가가 아니라 감독의 취향이라고 한 이유는 드라마 시즌1이 진행되는 동안 작가와의 불화로 작가가 중도에 하차하게 되고, 다른 작가로 교체가 되었는데요. 시즌2에서 역시 교체된 작가가 이어서 작품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의 방향은 감독이 주가 되어서 끌고 간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감독의 취향을 반영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온전히 감독의 선택입니다. 제 취향에서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작품에 잘 녹아든다면 그걸로 뭐라고 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경이로운 소문이라는 작품에서는 감독들이 추가하거나 변경한 설정과 스토리들이 전혀 작품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돈다는 느낌이 강하고, 앞뒤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기 일쑤입니다.
이 밖에도 많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변화가 있지만, 전체적인 틀을 흔드는 것이 아닌 약간의 바리에이션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이번 글에서는 제외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설정의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원작의 설정들이 훨씬 짜임새가 있고, 스토리를 이어가는데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의 팬이어서 그런지 저는 경이로운 소문 드라마 리메이크에 큰 아쉬움을 가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