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가 직접 만든 명작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그 작품에 대한 이야기

 3~40대 남성은 물론 50대까지도 만화책 슬램덩크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시대의 명작 평가를 받는 만화가 흔하지는 않죠. 그런 만화가 애니메이션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원작자가 감독이 되어서 만든 이야기로 말이죠.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개봉 2주차에 달려가서 감상을 하였습니다. 이제 살짝 그 열기가 식은 시점에 작품에 대한 리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슬램덩크 만화책은 초반부와 후반부의 장르 자체가 바뀐 느낌이 드는 만화입니다. 초반부는 강백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학원물에 농구부 에피소드를 살짝 끼워넣은 느낌이었다면, 후반부로 갈 수록 본격 스포츠 만화로 변해갑니다.

특히 농구 모션의 작화는 어떤 만화보다도 훌륭해서 당시에도 감탄하며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격전이었던 vs 산왕공업 전의 경우는 하나의 경기를 몇 권의 책으로 보면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던 정말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감동적인 경기였고, 그 후 마무리는 황당하게도 다음 경기 탈락이었죠.

해당 결말은 작가에게 갑질을 시행한 출판사에 대한 작가의 대항이었다는 썰도 있더군요.

그런데, 이번 애니메이션은 문제의 그 산왕전을 중심으로 작가가 미처 만화책에서 하지 못했던 '송태섭'의 과거 아픔과 성장 스토리를 섞어서 익숙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선택에 대한 개인적 소감은 '성공' 이라는 생각입니다.

새로운 흥미거리가 추가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송태섭이라는 캐릭터를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냈습니다. 역시 이노우에 작가는 뛰어난 스토리텔러다. 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네요.

무엇보다 임팩트 있는 인트로

극의 인트로는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은 만화책이다' 라는 것을 대놓고 이야기하면서 책을 통해 이 작품을 접한 고정팬들에 대한 선물같은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펜 드로잉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을 한 명씩 나타나면서 걸어가고, 그 인물이 애니메이션의 인물이 되고, 그렇게 중심인물들이 모두 모여서 걸어가면서 영화는 시작합니다. 이 때 관객들의 가슴은 뛰기 시작하죠.

이노우에 작가이자 감독은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죠.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사실적인 농구 묘사

이 작품은 기존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새롭게 사용합니다.

대개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셀 애니메이션 이라는 제작방식을 사용합니다. 사람이 직접 한 프레임씩 그려나가는 방식이죠. 어찌보면 만화책의 제작 방식과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이죠.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TV판이나 기존에 나온 모든 작품은 이 같은 방식을 이용했고, 원작자가 직접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화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었습니다. 오로지 원작에 대한 향수로 보게되는 애니메이션이었던 것이죠.

요즘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의 대세는 3D 랜더링 방식입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방식으로 실질적인 카메라 워킹을 사용할 수 있고, 여러가지 가능성이 열려있는 제작방식이죠. 그 중 하나가 바로 모션캡쳐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모양을 기록해서 그것으로 만들어진 3D 캐릭터가 움직이게 해서 한결 사실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죠.

운동장면과 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최적화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슬램덩크는 이 두가지 방식을 융합하는 선택을 합니다.

모션캡쳐를 통해 3D 애니메이션 방식을 이용하지만, 그 캐릭터는 직접 셀애니메이션 방식처럼 펜터치를 통해서 완성을 하게 됩니다.

이런 제작방식을 통해 만화책의 감성을 가진 팬들은 그 감성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진짜 사실적인 농구 경기 장면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죠. 저도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들이 살아서 농구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느꼈으니까, 작가의 의도는 아주 훌륭하게 적중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작품의 최고 미덕은 역시 박진감 넘치는 농구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서태웅과 강백호의 손뼉 치기 장면과 거기까지 가는 빌드업 모션들은 진정 감동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초보 감독이기에 할 수 있었던 신선한 시도

이노우에 다케이코 감독은 작가시절부터 훌륭한 스토리텔러임에 분명하지만, 영화/애니메이션 감독으로는 초보라고 할 수 있겠죠.

대게 감각있고 능력있는 초보는 생각지도 못한 참신한 선택으로 기존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 이노우에 감독은 인트로도 참신했지만, 작품 후반부 꽤 오랜 시간 동안 소리 없이 영상만을 보여주는 파격적인 선택도 합니다. 기존에 애니메이션 작품을 많이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미처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고 생각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것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동합니다.

소리를 없앰으로써 더 강한 긴장감과 집중도를 끌어내는 것이죠.

과연 이 작품이 첫 감독 작품이 맞는 것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작품 전체적으로 훌륭한 완성도를 가집니다. 파격적인 사운드 연출, 전혀 새로운 제작방식,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토리와 팬들이 기다려온 스토리의 효과적인 융합 등등.

이노우에 감독은 기존 애니메이션은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

이노우에 감독이 직접 연출한 이 작품의 경우는 산왕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송태섭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다른 멤버들의 과거 이야기까지 꽤 잦은 플레시백을 이용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각 캐릭터의 과거 이야기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죠.

이건 그냥 저의 뇌피셜일 뿐이지만,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이노우에 감독이 기존의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불만이 많았구나! 라고 느껴졌습니다. 오죽하면 저렇게 과거 이야기들을 계속 넣어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까? 싶었거든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완벽한 작품?

그렇다면, 이 작품은 완벽한 작품인 걸까요?

실제로 영화에 대한 평점은 매우 높으며, 평가도 극찬 일색입니다. 아무리 신성한 원작을 원작자가 그려낸 작품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환영을 받는다고? 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지요.

하지만, 슬램덩크를 정말 사랑한 팬이고, 영화도 즐겁게 감상을 하고 왔지만, 이 영화에도 옥의 티 같은 단점들이 존재합니다.

그 첫번째 단점은 새로운 제작방식에서 온 아쉬움입니다.

배경과 캐릭터의 움직임은 3D 방식을 이용하고, 메인 케릭터는 2D 방식을 사용하다보니, 배경이 움직이면서 캐릭터도 움직이는 경우, 그 움직임이 겉도는 부분이 가끔 보였습니다.

특히 극 초반 농구 연습을 하는 장면들에서 마치 발이 바닥을 미끄러지는 듯한 모션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제작방식에서 온 어쩔 수 없는 결과일 수도 있지만, 눈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프레임레이트 선택도 아쉬웠습니다.

물론 이것도 실제 어떻게 나올지는 결과물을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격렬한 움직임이 있는 부분에서는 확연히 프레임이 끊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에서는 그것 자체가 고유의 감성이었지만, 모션캡쳐를 통한 사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한 작품이다보니, 48프레임이나 60프레임으로 제작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초보 감독이라서 한 실수로 보이는 타이밍 문제

앞의 두 가지 아쉬움은 제작방식의 한계에 가까운 문제였습니다만, 이번 문제는 초보 감독이어서 한 실수로 보여 아쉬움이 조금 더 컸습니다.

바로 컷 전환의 타이밍인데요.

만화책의 경우는 정적인 매체인데 반해, 애니메이션/영화는 매우 동적인 매체입니다. 

음악과 함께 영화는 '시간'의 예술이죠.

적절한 타이밍에 넘어가는 컷은 그런 면에서 꽤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컷 전환 타이밍이 사운드와 덜 일치하는 부분도 일부 보이고, 그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조금씩만 컷 전환이 빨랐다면 훨씬 감정이나 흐름이 자연스러웠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팬들에겐 보석과도 같은 작품

개인적인 아쉬운 부분들이 일부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매우 훌륭한 작품이며, 무엇보다도 슬램덩크의 팬들에겐 보석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기존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아쉬웠던 팬들이라면 더욱 더 반가운 작품이었을 것이고, 본인들이 사랑하는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듯 코트위를 뛰어다니는 감동은 흔히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왜 많은 만화 원작 작품들이 실패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이 작품의 성공은 가벼이 볼 일은 아닙니다.

머릿속에 선명하게 자리잡은 대사들을 직접 귀로 들으며 눈으로 그 장면들을 확인하는 즐거움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